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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죽은 이의 넋은 별이 된다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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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완성되지 못한 진혼곡의 음이 흩어지고,

찬 공기가 덮은 밤의 하늘이 움직일 때.

그때 우리는 바치리라.

영원한 안식을, 영원한 빛을,

당신을 위한 진혼곡을, 저 하늘의 별에…

.

.

.

    아, 어디까지 거슬러 가면 좋을까요. 사람들이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누며 싸울 때? 아니, 그보다 조금 더… 한 세기 정도 전까지 가는 게 좋겠군요.

 

     1689년. 국제비밀법령이 제정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마법사들은 머글들에게 박해받아 그들만의 세계에 숨어 지내야만 했습니다. 

     우스운 일이죠. 같은 땅을 밟고 살아가는 같은 생명이 서로를 박해한다니요. 우스운 일이었으며, 또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그에 순응했습니다. 어쨌든 그들 모두가 법령에 서명함으로써 동의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1699년 겨울, 18세기를 목전에 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신원 불명의 연쇄살인범이 학살을 저지르고 다닌다는 기사가 머글 세계의 한 신문에 실렸습니다. 

     물론 마법사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자신들을 박해한 머글들에게나 중요한 일일 뿐, 자신들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였으니까요. 분명히 그렇다고 믿었습니다. 머글 태생의 마법사 하나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요.

 

     셀 수 없이 많은 이의 피를 손에 묻힌 그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를 직시하며 당당히 외쳤습니다.

 

“나는 당당합니다! 우리 마법사들을 박해하는 머글들을 제거한 것이 어째서 지탄받아야 합니까? 그들은 같은 생명인 우리를 사악한 존재라 치부하며 마녀사냥을 일삼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그들을 존중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마법사들이여, 잘 생각해 보십시오! 마법은 소수의 선택된 자들에게만 주어진 것입니다. 마법을 가진 자들은 그렇지 않은 자보다 우월하며, 그들을 지배할 마땅한 권리가 있습니다! 머글들이, 그리고 머글들의 피를 가진 더러운 혈통의 마법사들이 우리와 같은 자리에 서도록 놔둘 셈입니까?”

 

     분명 터무니없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이후 마법 사회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현혹되었고, 머글들과 머글 태생의 마법사는 순수 혈통의 마법사보다 열등하다는 주장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20년이 흘렀습니다. 30년이 흘렀습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도 남을 만큼, 아주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

     .

     .

 

그 시대의 마법 사회는 혼란 그 자체였다.

 

     1789년, 국제비밀법령이 제정되고 딱 한 세기가 흘렀을 무렵. 세상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급진적 순수혈통주의자’, 혹은 ‘죽음을 먹는 자’라고 부르는 이들은 마법사를 박해하는 자들을 제거하여 머글 세계와 마법 세계의 통합을 이룬다는 명분 하에 머글들과 머글 태생 마법사들을 대상으로 학살을 자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머글 태생 마법사들과 그들을 친구, 부모, 혹은 연인으로 둔 순수 혈통의 마법사들은 ‘불사조 기사단’이라는 이름 하에 뭉쳐 그들과 맞서 싸웠습니다. 

     아, 실로 오랜 전쟁의 서막이었습니다.

 

     장장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옛 유럽 어느 마을에서 태어난 한 작곡가가 제 숨의 끝에 미처 완성하지 못한 진혼곡의 음표를 새겨넣을 때였지요. 

     오랜 전쟁 끝에 마침내 승기를 쥔 자는 불사조 기사단이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그렇게 전쟁은, 진혼곡의 음과 함께 사그라들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우리들이 알고 있는 ‘마법사 10년 전쟁’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역사의 뒷 페이지로 사라진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4분의 4박자 지휘를 하듯 지팡이를 휘두르고, Requiem pro Vos라는 주문을 읊어 시전할 수 있는 영면 주문. 

  

     주문에 피격당하면 그 즉시 영원한 잠에 빠져버리는 이 주문은 전쟁 당시 불사조 기사단이 비살생을 위하여 만든 주문입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에 의하여 희생당한 수많은 이의 넋을 기림과 동시에 자신들과 지팡이를 맞대고 있는 그들에게 베푸는 자비의 의미였죠. 비록 죽음을 먹는 자들의 손에 넘어가며 변질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영면 주문을 사용한 자의 피에 그 주문이 깃든다는 사실은 불사조 기사단도 알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었다면 영면 주문에 관한 기록을 전부 숨겨둘 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영면 주문은 한 사람을 영원한 잠에 빠져들게 하는 무시무시한 주문입니다. 아무리 해제 주문이 있었다 한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죠. 

     그것이 후대에 알려지면 명예가 실추될까 두려웠던 것일까요? 전쟁이 끝난 후, 영면 주문을 수습하려던 시도는 그냥 묻어두자는 여론에 막혀 버렸습니다. 결국 몇몇의 용감한 이들이 후대를 위해 영면 주문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몇몇 장소에 몰래 숨겨두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죠.

 

     여기까지가 숨겨진 진실, 악보에 새겨지지 못한 진혼곡의 음표. 이제 우리는, 저 별빛을 빌려 마지막 음표를 그려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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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악보에 새겨졌던 음표마저 세월에 닳아 지워졌지만…

그래,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우리의 악보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니,

낡고 지워진 악보는 잠시만 덮어 두도록.

 

 


 

|1965년, 킹스크로스 역 9와 ¾ 승강장.      -1st

 

     뜨거운 여름의 열기, 들떠 속삭이는 아이들의 말소리, 귀를 울리는 열차의 소리.

 

     아, 드디어! 바라 마지않던 호그와트가 눈앞에 있습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요. 세련되고 유려한 글씨로 쓰여진 편지가 집에 도착한 날부터 꿈꾸던 세상이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 챙겼던가요? 마법사다운 긴 망토와 뾰족한 모자, 마법 교과서와 냄비, 그리고 지팡이까지! 네, 완벽하네요. 이제 정말 어엿한 마법사가 될 일만 남았어요.

 

     네 개로 나뉜 거대한 테이블, 하늘에 떠 있는 양초들, 그리고 그것들을 전부 품은 밤하늘이 드리운 거대한 천장까지. 말로만 들었던 호그와트의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어떤가요? 새로운 시작에 설레나요? 앞으로 그곳에서 펼쳐질 우리의 미래가 기대되나요?

 

     저마다의 감정을 품고 기차에 오릅니다. 덜컹거리는 기차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습니다. 심장이 그려내는 리듬이 마치 음악처럼 느껴집니다.

 

     자, 우리의 악보를 써내려 갈 시간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호그와트에서, 앞으로 사귀게 될 친구들과 함께요!

  

 

|1967년, 다시 킹스크로스 역 9와 ¾ 승강장.         -3rd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벌써 3학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승강장에 서는 것도 3번째로군요. 하지만 아직 우리 가슴엔 1학년 때의 설렘이 남아 있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다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인 걸요!

 

     하지만 그 설렘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승강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불안한 속삭임이 우리의 귀를 휘감고 지나갑니다.

 

     “세상에, 이번에 그 집 딸도 쓰러졌다며?”

     “말세야, 말세. 이유도 찾아내지 못했다니… 우리 가족만은 피해 가야 할 텐데.”

     “그렇다고 애들을 호그와트에 안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혹시라도 호그와트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곧장 편지 보내렴, 아가.”

 

     그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단 하나죠, 무엇이 더 있겠어요. 우리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아마… 그래요, 한 달쯤 전의 일이었죠? 예언자 일보에 그 소식이 실리기 시작한 게.

 

     네, 사람들이 갑자기 이유 없이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든다는 소식 말이에요. 초반에는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잊어버리다가, 모든 기억이 사라지면 결국 잠들어 버린다고 하죠. 지금까지는 그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영원한 잠인 셈입니다.

     성 뭉고 병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증상은 아직까지 그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이것이 저주인지, 병인지, 아니면 체질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치료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솜노스Somnos라고 명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아직은 괜찮아 보이네요. 물론 아예 괜찮다고는 못 하겠지만요. 

     당연하잖아요? 자신이 언제, 어떻게, 어디서 잠에 빠질 지 모르니까요. 호그와트 역시 이전보다는 조금 더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죠.

     게다가 우리는 아직 3학년이잖아요? 이런 것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예요. 아직 비어 있는 오선지가 너무 많은걸요!


 

|1969년, 우리들의 호그와트.        -5th

 

     3학년과 별반 다름없는 4학년을 보내고 난 후, 우리는 또다시 이곳에 모였습니다. 익숙한 얼굴, 그리고 익숙한 풍경이지만 연회장에 흐르는 이 기류만큼은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아마 신문에 실리기 시작하는 또다른 소식들 때문이겠죠. 솜노스, 아니, 이제는 영면 주문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무튼 그것에 관한 소식들 말이에요.

 

     영면 주문은 아주 오래 전, 마법사 10년 전쟁불사조 기사단에 의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퍼지며 마법 세계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야 그렇잖아요, 애초에 마법사 10년 전쟁부터가 후대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옛날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지고 있었는 걸요.

  

     고고학자들은 둘로 나뉘어 언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쪽은 불사조 기사단을 옹호하고, 다른 한 쪽은 그들을 비판하죠.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습니다.

 

     “불사조 기사단은 전쟁에서 영웅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들은 머글들과 머글 출신의 마법사들을 차별 없이 대했단 말입니다. 그런 그들이 이런 끔찍한 주문을 만들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 더 수상한 것이지요. 성 뭉고 병원을 보십시오. 솜노스에 걸려 잠든 이들은 대다수가 순수 혈통입니다. 불사조 기사단이 죽음을 먹는 자들의 목숨을 쉬이 가져가기 위해 영면 주문을 만들었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단 말입니다. 불사조 기사단에 대한 평가를 새로이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는 아주 조금씩,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느리게 둘로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

     .

     .

     시간이 흘렀고, 불사조 기사단을 옹호하는 이들은 더 이상 영면 주문이 그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말합니다. 영면 주문은 결코 사람의 목숨을 쉬이 앗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적을 위한 자비였으며, 따라서 해제 주문 역시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고.

 

     글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직 우리는 어리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사상을 정립할 나이는 된 것 같네요.

     슬슬 악보에 나름의 음표를 채워 넣을 시간이에요.

  

 

|1971년, 우리들의…         -7th

 

     7학년이 된 우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곳에 모였습니다. 긴 방학이 끝난 후 마주한 호그와트의 공기는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잠들었습니다. 세상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그 소식 들었나요? 왜, 이번에 예언자 일보의 1면을 장식한 그 기사 말이에요. 마법부 장관이 영면에 들었다죠? 지금 세상이 이 사건을 가지고 떠들썩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순혈 마법사가 자신들을 핍박한다 주장하던 머글 태생, 그리고 혼혈 마법사들이 순혈 마법사들을 영면에 들게 해 마법 세계를 자신들이 장악하려 한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모렌도"라고 칭하고 다니더군요. 글쎄, 그들의 말이 정말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또 어떤 이들은 마법부 장관-이제는 전 마법부 장관이 되어버린-이 실제로는 영면에 든 것이 아니라 피살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던데요. 한 고위 혼혈 마법사가 전 마법부 장관의 영면 장례식에서 그의 손을 잡았을 때 맥박이 뛰지 않음을 알아차렸다면서요.

     그들은 이것을 근거로 모렌도 측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모렌도에 대항하는 자신들을 "제네로소"라고 칭합니다. 뭐, 이쪽의 주장도 정말 사실일지는 모르죠.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법 세계의 대립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세간에는 이러다가 전쟁이 나는 게 아니냐는 말 또한 나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도, 정말 어쩌면, 이대로는…


 

     …호그와트의 교육 방침은 바뀌었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면 주문에 대한 정보들이 우리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어요. 애초에 무언가 알아낸다 한들 한낱 학생일 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요.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호그와트의 마지막 1년을 보냅니다. 이제는 반가운 친구들의 얼굴도, 익숙한 호그와트의 풍경도 볼 수 없겠군요.

     자, 그러니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지금은 잠시 모든 걸 덮어두기로 해요. 정겨운 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해인 걸요. 행복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낡고 지워진 악보보다는 우리의 악보가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적어도 지금은 말이에요.

 

 


 

|1974년, 전쟁 발발.       -20 years old

 

     세상은 혼란스럽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둘로 갈라졌음이 자명해졌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마법 세계는 흉흉해져 갑니다. 모렌도제네로소,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 사상이 한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현재 정권을 잡고 마법 세계의 중심이 된 모렌도. 그들은 점차 순수 혈통이 아닌 마법사들을 절벽으로 내몰기 시작했습니다. 정당해 보이는 이유를 들어 논리적으로 주장하던 것과는 퍽 다른 행보네요. 

     하지만 대다수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아주 조금씩, 양피지에 잉크가 스며들듯 천천히 세계를 장악해 나갔기 때문이죠. 먼 옛날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제네로소 역시 모렌도에 대항하여 천천히 세력을 키워 나갔습니다. 영면 주문을 일시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임시 치료 마법도 발명했고, 그렇게 점차 진영의 인원을 늘려 갔습니다. 비록 모렌도에 비하면 그 수가 현저히 적어 아직은 떳떳하게 대외적으로 나설 수 없는 입장이지만 말입니다.

 

     거리에는 공격 마법이 날아다니고, 테러나 방화 등의 중한 사건들도 종종 보고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밖에 나가 여가를 즐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명이 나고 자라 종국에는 영원한 안식을 맞듯 아주 당연한 수순으로 마법 세계는 다시금 전쟁의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모렌도 측의 선제공격으로 인해서 말이죠. 아,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것인지. 

 

     모렌도는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요? 글쎄, 우리들로써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세간에 나도는 한 가지의 추측은 눈에 담을 수 있겠네요.

     모렌도 측은 사실 영면 주문이 선한 의도였음을 알았으나 혈통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저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군중을 선동했다는 그 추측 말이에요. 

     어떤 이들은 제네로소가 일시적이지만 영면 주문을 해제하는 주문을 만들어 내자 순수 혈통이 아닌 마법사들을 핍박할 명분이 사라져 버려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도 말하더군요. 그리고 어쩌면, 전 마법부 장관 역시 정말로 모렌도가 살해했을지도…



 

     …어떤 것을 신뢰하고, 어떤 것을 불신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틀린 것일까요? 

 

     무엇이 되었든 우리는 선택해야만 합니다. 우리의 악보에 다른 이가 음표를 새겨넣도록 둘 수는 없으니. 비록 그 대가로 어떤 결과가 찾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 모든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합니다.


 

|1981년, 마지막 전투.        -27 years old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7년이 흘렀습니다. 아무 소득도 없이 그저 서로를 상처 입히는 나날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1981년의 1월, 에는 듯이 차가운 겨울바람이 대지를 휩쓸 무렵. 제네로소 측에서 전쟁의 전황에 파란을 던질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마법사 10년 전쟁이 종식한 후, 불사조 기사단의 이들이 영면 주문에 대한 모든 기록을 어딘가에 숨겨 두었다는 정보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당연히 제네로소에게 유리한 것, 즉 영면 주문의 해제 주문에 대한 것도 있을 테지요.

 

     제네로소는 영면 주문에 대한 기록을 찾아내 영면 주문을 뿌리 뽑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모렌도는 영면 주문에 대한 기록을 제네로소보다 먼저 손에 넣어 기록을 말살, 혹은 조작하여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기록이 숨겨진 곳으로 향합니다.

 

     아마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요. 하루 이틀로는 힘들 것입니다. 아무리 적어도 2주. 네, 그만큼은 여러 장소를 옮겨 다녀야 할 테죠. 그래도 나아가야만 합니다.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

     .

     .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이곳에 섰습니다. 각자의 신념을 품은 채, 이 오랜 전쟁의 끝을 내기 위해서. 

 

     아마 이것이 우리의, 그리고 모렌도와 제네로소의 마지막 전투가 되겠죠. 다른 이들은 이미 전부 죽거나 전투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으니까요. 세상의 명운은 아직 어린 우리들의 손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자,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그리고 지팡이를 들어, 우리 앞에 서 있는 그들을 겨누세요. 그들이 우리와 과거를 함께 거닌 이들이라 하더라도, 결코 주저하지 마세요. 망설이지 마세요. 갈등하지 마세요. 오로지 우리가 실현해내야 하는 신념만을 바라보세요.

 

     오랫동안 쌓여 흉으로 남아 버린 그리움과 슬픔, 절망과 분노는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 마주하도록 합시다. 차갑고도 어두운 겨울의 밤에, 무수히 수놓아진 일등성을 바라보면서요.

 

     지금은 다만 저 별의 빛을 빌려 우리의 악보를, 그리고 오랫동안 완성되지 못한 과거의 악보를 마무리지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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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oso 제네로소

상징물: 흰 비둘기, 별, 메리골드, 책

  제네로소는 오래 전 마법사 10년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불사조 기사단의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친 머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한 하늘 아래에 선 사람들은 모두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성향 탓에 제네로소에 속한 마법사들의 대부분은 그 자신이 머글 태생 혹은 혼혈 마법사거나 그들을 가족, 친구, 혹은 연인으로 두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법사 10년 전쟁에서 불사조 기사단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들은 영면 주문이 본디 선한 의도로 제작된 것이라 굳게 믿으며, 모렌도에 대항하여 이 전쟁에 승리하고자 합니다.

 

  제네로소 진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면 주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수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영면에 든 사람들을 깨우고 피에 새겨진 저주를 정화해 영면 주문을 뿌리 뽑는 것입니다. 또한 최대한 생명을 앗아가지 않는 선에서 모렌도를 저지하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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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ndo 모렌도

상징물: 까마귀, 안개, 안개꽃, 잉크투성이인 양피지

  모렌도는 마법사 10년 전쟁에서 결국 패한 죽음을 먹는 자의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대다수가 반 머글적인 성향이며, 순수한 마법사 혈통만이 우월하다 믿는, 소위 말해 ‘순수혈통 우월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법사 10년 전쟁에서 죽음을 먹는 자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200년 전의 죽음을 먹는 자들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편이 될 가능성이 보이는 마법사라면 설령 그들의 혈통이 불결하다 하여도 차별성 발언을 하지 않고 회유하여 끌어들입니다. 그 탓에 몇몇 이들은 모렌도가 혈통 차별을 하지 않으며, 정당한 역사적 근거를 들어 제네로소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모렌도 진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네로소보다 앞서 영면 주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수해 파기 혹은 조작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순수 혈통이 아닌 이들을 핍박할 명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가능한 많은 머글 태생, 그리고 혼혈 마법사들을 없앤 후 보다 쉽게 그들의 위에 군림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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